우리나라를 걷다, 역사 속으로 들어서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유산들이 숨어 있다. 그 유산들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옛 건축물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제야 비로소 이 유산이 오늘의 우리 역사를 만든 뿌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람과 시인이 머물던 길, 강원 영동의 풍류
강원 영동 지역은 예로부터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고장이었다. 많은 시인들과 학자들이 이곳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조선 시대 화가 정선의 산수화와 학자 정철의 시가 바로 이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경포대와 조선 시대 양반 저택인 선교장,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이 살았던 오죽헌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신흥사, 낙산사, 월정사를 이어가며 자연과 역사, 불교 문화가 어우러진 모습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 정자와 사찰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왜 이곳이 예로부터 풍류의 땅이라 불렸는지 실감할 수 있다.
① 경포대
영동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경치 중 하나인 경포대는 조선 후기에 여러 차례 고쳐 지어진 정자 형태의 건물이다.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꾸몄고, 기둥이 마흔여덟 개에 이른다. 건물 안은 세 단으로 나뉘어 있어 호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내부에는 율곡 이이의 「경포대부」를 비롯한 옛 문인들의 글씨가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② 선교장
한국 전통 가옥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선교장은 아흔아홉 칸으로 이루어진 큰 규모다. 사랑채와 안채, 별당 등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입구에는 연못과 정자가 있다. 낮은 산 아래 자락에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남아 있는 옛 물품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1965년에 국가 중요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③ 오죽헌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나 자란 집으로, 조선 중종 무렵에 지어졌다. 안쪽에 있는 문성사에는 율곡 이이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과 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벼루를 보관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옆에 있는 기념관에서는 신사임당의 작품을 포함해 가족들의 유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마당 뒤편에 검은 대나무가 자라 오죽헌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한국 전통 가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