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깨지지 않던 신화가 깨지다
토너먼트가 깊어질수록 축구 강국들의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스포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신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서 자신들의 징크스와 씨름했습니다.
▶ 독일이 마침내 승부차기에서 무너졌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가리 리네커는 한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다 보면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로 독일은 월드컵 역사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동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결승에 무려 여덟 번이나 진출했고, 그중 네 번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독일은 특히 승부차기에서 놀라운 기록을 자랑했습니다. 예전까지 월드컵 승부차기를 네 번 치렀는데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습니다. 프랑스, 멕시코,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같은 강호들을 물리치고 늘 승리했죠. 역대 18번의 키커가 나선 승부차기에서 실축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운의 영역이라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독일만은 유독 강한 면을 보여준 것이죠.
하지만 이 신화는 이번 대회 32강에서 파라과이를 만나며 깨졌습니다. 정규 시간에 한 골씩 주고받아 승부가 나지 않았고, 연장전까지 성사 무승부로 이어졌습니다. 승부차기에서 독일의 첫 키커 카이 하베르츠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고, 네 번째 키커 닉 볼테마데마저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양 팀 모두 흔들리다가 결국 서든데스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고, 독일의 여섯 번째 키커 요나탄 타가 골문 위로 걷어내며 경기가 끝났습니다. 독일은 월드컵 승부차기 사상 첫 패배를 맛본 것입니다.
▶ 네덜란드의 승부차기 악몽은 계속됐다
독일과 달리 네덜란드는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늘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번 대회까지 네 번 승부차기를 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은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에서 코스타리카를 이겼을 때뿐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32강에서 모로코와 승부차기를 벌였는데, 네덜란드 키커 다섯 명 중 세 명이 골을 넣지 못해 2-3으로 패했습니다. 모로코도 두 명이 실축하며 흔들렸지만, 네덜란드는 그 틈을 잡지 못했습니다.
▶ 36년 만에 16강에서 멈춘 브라질
브라질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다섯 번의 우승을 자랑하는 최강국입니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결승에 한 번도 못 올라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1994년 미국 대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8강 이상 성적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바로 ‘영원한 우승 후보’입니다.
그 별명에 걸맞지 않게 브라질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무너졌습니다. 복병 노르웨이를 만나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엘링 홀란드에게 두 골을 내주며 1-2로 패했습니다. 16강에서 물러난 것은 36년 전인 1990년 대회 이후 처음입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지역 예선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홈에서 치른 월드컵 예선 경기를 포함해 세 번 연속 패한 적도 있었고, 라이벌 아르헨티나 원정에서는 1-4로 크게 졌습니다. 결국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유럽 출신 감독인 이탈리아의 카를로 안첼로티를 데려오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스타 네이마르도 함께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명단 포함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최종 등록돼 논란이 됐고, 16강 노르웨이전에서 후반 22분에 교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 한 골로 대회를 닫았고, 이것이 자신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대표팀을 떠납니다.
▶ 멕시코의 16강 벽, 32년째 이어졌다
오랜 징크스가 깨진 팀이 있는가 하면,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팀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입니다.
멕시코는 북중미 지역에서 가장 강한 팀입니다. 4강이나 결승까지 올라간 적은 없지만 늘 복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강호들로부터 승점을 빼앗은 전적이 있을 정도죠.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월드컵 조별리그를 뚫고 다음 단계로 진출해왔습니다.
하지만 16강 이상으로는 거의 가본 적이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에 18번 나가서 8강에 오른 것은 단 두 번, 모두 자국에서 개최한 1970년과 1986년 대회뿐이었습니다. 특히 1994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7개 대회 연속으로 16강에서 대회를 끝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대감이 상당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체코와 만나 쉽게 무실점 3연승을 거뒀고, 32강에서도 에콰도르에 2-0 완승하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실리 축구가 빛을 발했고, 3개국 공동 개최지만 모든 경기를 자국에서 치르는 것도 큰 이점 이었습니다.
그런데 16강에서 멕시코의 벽은 다시 등장했습니다. 16강 경기는 해발 약 2200미터의 높은 지대에 있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잉글랜드 선수가 퇴장당하며 수적 우세를 잡았지만, 멕시코는 이를 살리지 못하고 2-3으로 졌습니다. 토너먼트에 올라서도 16강에서 멈추는 32년 된 멕시코의 역사는 다시 한번 반복됐습니다.
▶ 일본도 같은 벽에 부딪혔다
비슷한 이야기가 일본에게도 있었습니다. 월드컵 도전 역사는 길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팀이 됐고,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은 네덜란드, 스웨덴, 튀니지와 경쟁 끝에 2위를 차지하며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던 일본은 32강에서 브라질을 만나면서 멈췄습니다. 전반전에 선제골로 희망을 가졌지만, 후반전에는 유효 슈팅 한 발도 없이 상대에게 압도당하며 32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