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남쪽 도시 시드니에서 보내는 6월의 하루
시드니의 6월은 가을이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조금 쌀쌀해진 공기 속에서 더 빛나는 곳, 카펠라 시드니를 찾아갔습니다.
인천에서 시드니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주로 저녁에 떠납니다. 그래서 시드니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호텔 체크인은 보통 오후 3시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여행객들은 긴 비행 후 쌓인 피로를 풀 공간 없이 한동안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카펠라 시드니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비에서 직원들이 반갑게 짐을 받아 들더니 리빙룸이라는 공간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리빙룸은 카펠라 호텔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마치 거실 같은 편안한 역할을 합니다. 간단한 차와 가벼운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때에 머물며 쉬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칵테일 같은 음료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제가 리빙룸에 들어선 시간은 아침 7시쯤이었습니다. 거기서 나비넥타이를 맵시 있게 매고 다니는 신사 한 분이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소개를 하자면 그분의 이름은 루크였습니다. 그분은 먼저 “오랜 비행길에 힘드시지 않으셨냐”는 인사를 건네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사실 호텔을 예약한 뒤에 투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을 확인하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항공편 정보를 물어보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맞춤형 응대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더군요.
이내 루크가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 잔에 환영의 마음을 가득 담았다는 유쾌한 말과 함께, 시드니 근처에서 직접 따온 계절 허브와 수박 시럽을 넣어 만든 탄산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드니 여행 과외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그때는 시드니에서 한 해 중 가장 큰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가 열리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루크는 카펠라에서 만들어 둔 도시 지도를 펼쳐놓고, 주요 행사가 열리는 장소,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곳, 트램을 타야 갈 수 있는 곳을 색깔별 펜으로 보기 좋게 표시하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루크의 직책은 컬처리스트라고 하는데, 카펠라 호텔에서만 두고 있는 독특한 직위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투숙객이 카펠라에 머무르는 시간을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해 주는 것입니다. 방문객의 기호에 맞게 시드니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을 추천하기도 하고, 한 달 전부터 자리가 꽉 찬 유명 레스토랑의 예약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서비스를 비스포크 럭셔리라고 부르는데, 어쩌면 이것이 카펠라가 전 세계 호텔 어워드에서 늘 상위 자리를 지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리빙룸에서 보낸 시간만으로도 카펠라의 맞춤형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카펠라의 특별한 서비스는 체크인 전 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셈이었습니다.
현지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 역시 카펠라 호텔이 추구하는 정신입니다. 카펠라 시드니는 건물 자체에 도시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1912년에 지어진 교육부 청사를 복원하여 호텔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입니다.
이 건물을 처음 설계한 사람은 조지 맥레이라는 건축가로,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인 퀸 빅토리아 빌딩과 시드니 타운홀을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건물 자체가 도시의 유산이자 건축 작품이기 때문에 복원 과정에도 정성을 많이 들여서 리노베이션에만 꼬박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바깥 풍경은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면, 안쪽 공간은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운데 마당 같은 공간인 라운지 바 아퍼처는 천장이 높고 시원 트인 느낌을 줍니다. 이곳을 장식한 암스테르담의 스튜디오 드리프트가 만든 움직이는 조형물과 큰 벵갈고무나무 덕분에 실내에 있음에도 공원 속에 들어선 듯한 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호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이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옮겨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밖에도 이 지역 원주민 예술가가 만든 조각과 그림 등이 여러 곳에 걸려 있어서 그들과 전통문화를 향한 존중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숙객이 머무는 객실의 조용한 조명과 차분한 가구들 역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물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편안한 휴식 시간으로 이어주었습니다.
카펠라 시드니가 가지는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바로 좋은 위치입니다. 호텔은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 같은 유명 관광지가 모여 있는 서큘러 키에서 걸어서 3분 정도의 거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이동이 매우 편리합니다. 처음 방문한 길임에도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마친 뒤 다시 리빙룸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애프터눈 스윌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애프터눈 스윌은 1910년대에 이 지역에서 하루의 힘든 노동 뒤 저녁 식사 전에 가볍게 한 잔을 마시던 스윌이라는 음주 문화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으로, 간단한 칵테일과 이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카펠라를 한껏 즐기는 방법은 이렇듯 호텔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건축가가 직접 안내하는 오페라 하우스 견학, 지역 어르신에게 듣는 호주 원주민 문화 이야기, 호텔 셰프와 함께하는 농수산물 시장 둘러보기, 커피 투어 등 현지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의 수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6월이 되면 시드니 앞바다에 찾아오는 혹등고래를 관찰하는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혼자 여행할 때는 접하기 어려운 현지 문화와 사람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마련해 줍니다. 그래서 카펠라 시드니에서의 짧은 투숙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깊이 있는 체험에 더 가까운 이유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