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마음을 깨우는 특별한 전시회
서울 한복판의 조용한 골목에서 화사하고 따뜻한 빛을 머금은 전시가 문을 열었습니다. 마치 동화책 한 권을 펼쳐놓은 듯한 공간에는 환하게 웃는 소녀들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가슴 한쪽에 야구공만 한 심장을 품고 살아가는 듯한 그 얼굴들에는 순수한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만화 속 친구들이 현실로 걸어 나왔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한 번쯤 특별한 인물을 가슴에 품어봤을 것입니다. 동그란 눈에 환한 표정, 손에는 꼭 무언가를 쥐고 있는 캐릭터들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죠. 이번 전시에는 바로 그러한 우화 같은 존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동화 속에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옷차림과 장식들은 보는 이의 기분을 순식간에 밝게 만들어 줍니다.
빛나는 눈동자 하나로 전하는 따뜻함
참가한 관람객들은 “마음 한구석이 문득 따뜻해진다”, “어릴 적 친구 생각이 난다”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글자 그대로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익숙한 감정을 다시 꺼내어 들게 만드는 셈입니다. 작가 본인은 특별한 의미를 집어넣기보다 보는 사람이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천 번의 긁기 작업이 만들어낸 결정적 순간
전시장에 늘어선 작품들은 단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먼저 캔버스 위에 건축용 재료를 고르게 바른 뒤 사포로 면을 다듬는 기초 작업을 여러 차례 거치고, 그 위에 물감을 한 겹씩 겹겹이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나면 칼날을 수천 번 들이대어 표면을 긁어냅니다. 마치 모래를 거르듯, 그림 속 소녀의 눈동자 한가운데 투명한 광채를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끈기 있는 손길에는 회화계의 거장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사진보다 더 정확한 묘사로 유명한 풍경화가인데, 칼을 선택한 아들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밤잠을 줄여가며 끝없이 실력을 다졌습니다.
25년 만에 첫선을 보인 입체 조각들
오랜 시간 평면 캔버스 안에서만 살아 움직였던 캐릭터들이 처음으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어깨 위로 팔이 없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조각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컬러풀한 소품과 특별한 헤어 스타일로 각각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외동으로 자란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들을 마치 형제자매처럼 여겨왔고, 언젠가 화면 바깥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왔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조각 기법을 새로 익혔고, 반짝이는 눈빛의 비밀까지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 전시 회기 : 7월 23일까지 · 전시 장소 : 서울 관훈동 일대 전시장 · 구성 작품 : 평면작 13점, 입체작 16점 등 총 29점 규모
작은 작품 하나에 담긴 오랜 시간과 따뜻한 마음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